2018.01.18 05:57

소회. 까가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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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 받아주신 선배다운 선배, 후배다운 후배, 동기다운 동기들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그런 건 있습니다. 대체 나보다 똑똑한 선배들은 어떻게 해서 이곳에서 버텨나간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전 입학할 때부터 한의학이 별로였습니다. 아마 저같은 친구도 꽤 있겠지요. 왜 별로였냐구요? 그냥 별로였습니다. 전 국악도 안 좋아하고 판소리도 안 좋아합니다. 한복보다 양복이 좋습니다. 아니. 어느 한 쪽이 좋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한복이 별로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것들이 발달도 덜 되고 가치도 별로 없는,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한의학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구요? 상관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옛날에 한의원에 갔을 때 대뜸 저보고 정력이 약하다고 했던 (당시에 한참 팔팔한 고등학생이었는데?) 한의사 탓도 있을런지. 기억도 안 났던 사람인데 입학하니까 가족이 말해주더군요. 넌 그런 한의사는 되지 말라고. 물론 그러고서 다같이 웃었습니다. 하여간 선입견이란 게 강했습니다.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은 생각도 못했고, 그냥 별로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께 많은 배움을 받았습니다. 그분들 중엔 지금 한의사가 되신 분들도 꽤 되십니다. 그때의 말들은 주로 정제된 학술어가 아니라, 논쟁이라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배우게 된 것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생각지도 못했던 의문, 예컨대 의료는 무엇이고 의사는 무엇이고 과학은 무엇이고, 근거라는 것은 무엇이고, 사고라는 것은 무엇이고, 언어라는 것은 무엇이고 등등, 난생 처음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잔뜩 스크랩하고 정리했습니다. 

 

한의대에 들어오니 불안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뭔가 이것저것 잔뜩 하고 싶었기도 했고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것에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서당에 다녀오는 동기들, 공진단과 약술을 만들어 파는 동기들, 그렇게 권유하는 선배들, 제마나인에서 무척 비판받는 것들이지요. 그런 것들이 많이도 싫었습니다. 뭔가 더 알고 싶어서 제마나인 인증을 받자마자 처음부터 안쪽 공간의 글을 끝까지 정독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한의사 선배님들의 블로그, 페이스북, 이런 것들도 많이 관음했습니다. 바깥에서는 지금까지 스크랩해왔던 것들을 토대로 키배도 열심히 떴습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았고 무책임한 사람은 그보다 더 많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가진 것은 어리석음이라고 했습니다(저도, 남도). 그것을 사무치게 깨달았습니다. 

 

불안해서 뭔가를 잔뜩 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생산적인 방향이 되지 못했음이 참 안타깝습니다. 다들 이렇게 살지 마세요.

 

불안했고, 뭔가 싫은데, 하지만 바깥으로 다시 나갈 용기는 없고, 그래서 몇 개월 전부터 전 책을 읽었습니다. 논문 많이 읽으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전 못하겠더라구요. 능력이 안 됐어요. 그래서 그냥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배운게 그거뿐이라서. 전혀 상관없는 철학, 역사, 논리, 사회, 경제, 에세이, 소설 등을 봤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한의대와 한의사를 생각하고, 비교하고, 뭔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원해서, 좋아서 찾아내려고 한게 아니라 마음이 찾아내려고 하더군요. 싫으면 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전 이곳을 좋아하고 싶었고 밖으로 나가는 건 무서웠습니다. 또 이곳에서 있으면 돈도 안정성도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뜻 나갈 수 없어서 계속 책에 몰두했습니다. 싫다고 하기가 싫고 무서웠습니다. 나랑 안 맞을 수도 있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많은 것들을 잃을 것 같아서 겁이 났던 겁니다. 그래서 원하는 답을 무의식적으로 책에서 자꾸 찾으려고 했는데, 찾으면 찾을 수록 안심이 되는 방향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한의원에도 태어나서 이만큼 많이 간 적은 없었습니다. 가니까 한의대생이라고 잘해주신 선배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진료 형태, 기구, 원장님의 진료태도, 그런 것들이 자연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약도 태어나서 참 많이 먹어봤습니다. 갈근탕, 소청룡탕, 필살기 이름같아서 멋지단 생각도 했었습니다. 효과도 봐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존재 자체가 남을 도와주는 이 한의사라는 직업이 참 멋지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약 냄새는 지금도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와중에 좋은 향기가 있는 것들도 있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전 한의사 라이센스의 부산물이 탐났습니다만 한의학은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한의학을 좋아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잘 안 됐습니다. 또 한의사를 좋아해보려고 했지만 이것저것 들을 수록 답답해졌습니다. 머릿속에 멍청한 정보들이 계속 생겨날 수록 전 점점 틀을 만들어갔고, 확신은 점점 굳어져갔으며, 감정은 더 조급해졌습니다. 

 

전 저만이 할 수 있는, 저만의 역할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 시도들은 그런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젠 한까한테도 한빠한테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늙었습니다. 나이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늙었습니다. 지쳤고 짜증이 났습니다. 맨날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들, 그 지리멸렬함,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사건사고들, 눈을 돌려 일본이니 중국이니 의료제도를 보고, 그곳 사람들과 의사들의 인식을 검색하고, 결국 다다른 지점은 '지극히 조선적이다' 이런 불순한 사상입니다.

 

북궁유가 한 행동을 보면서 제 옛날을 돌아봤습니다. 

 

결국 어쨌든 간에, 자연인으로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데, 대체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곳에 왜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가. 그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찔렸습니다. 여기서부턴 남탓이 아니라 나의 탓입니다. 나의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젠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전 이미 정해진 틀을 만들어버렸고 어지간해서는 그것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압니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 틀을 가지고 있는 한, 심지어 설사 그 틀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내가 단지 한의대생이기 때문에 역겹고 반지성적이고 반도덕적이며 지리멸렬한 상황을 계속 목격해야 한다는데 환멸을 느낍니다.

 

혹시 한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이 있다면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많이 지쳐서 그런지, 입학하던 그때를 떠올리고 학생들을 겹쳐보면 거기에 많은 행복을 빌어주고 싶게 됩니다. 당신들은 숭고합니다.

 

그러나 혹시 본인이 한의대에 안 맞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 솔직히 말리고 싶습니다. 특히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 그런 사람은 아주 비추입니다. 제가 아니라 제 주위 사례를 봐도 100% 반수를 시도합니다. 한 가지 더, 저도 북궁유도 결국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유독 한의대만 부적응자의 반발이 크다는 것은 생각해봄직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신중하란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지 가상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 그래도, 평균적으로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또 제가 지켜본 바, 대다수의 동기들이 과학과 비과학, 한의학에 대한 고민을 마음 한 켠에 갖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생각한 것보단 거지같을지 몰라도, 누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막되먹고 병리적인 그런 곳은 아닙니다. 함부로 말을 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로 비춰짐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말합니다. 여긴 감정을 가진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그래도 건강과는 좀 거리가 먼 것 같단 생각은 합니다만.

 

즉슨, +의 의견과 -의 의견을 더해 나누기 2를 하면 좋을 겁니다. 

 

제마나인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탈퇴했다 다시 가입하기도 하고, 대단한 사람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단지 그것이 관념에 그쳤다는 점이 아주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제 길에서, 이런 단점을 인지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하여간 참 찐하게 왔다 갑니다. 상단의 파란 줄과 자주색 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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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갈까요 2018.01.18 09:00
    좋은글이네요 다들 한번쯤 까가 되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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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나라유치원 2018.01.18 09:40
    뭐가 좋은글입니까
    공부는 못하겠고 근데 틀에 박힌 내 사고는 바꾸기 싫고 어쩌란겁니까
    아 좀 공부를 좀 하셔야 되는데 서당이런데 가는거는 정말 병신들이라 봐야되고
    한의원이 옛날처럼 내경 동의보감줄줄 외우고 한약처방 내던 그런시절이 아닌데 서당을 왜 가는지
    부적응자 반발이 왜 크겠어요
    다른데는 그냥 그만둡니다 근데 안 그만두잖아요 공대 수의대 인문대 사회대 전부 엄청나게 그만둬요
    걍 포기하고 다른길 가는거고 여기는 남아서 궁시렁대면서 다니는거죠
    공부도 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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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관측 2018.01.18 09:42

    옛날처럼 내경 동의보감 줄줄 외우고 한약처방 내던 그런 시절이 아닌데 왜 한의대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교육을 하고 있죠? 업계의 현실 때문에 자퇴하는 사람은 많아도 '학문 자체가 싫어서' 자퇴하는 사람은 한의학과에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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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메 2018.01.18 10:04

    공대나 다른 학과도 학문자체가 싫어서 그만두는 경우 꽤 많아요

    지금 전공이 죽어도 싫음 더늦기전에 바꿔야죠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은 퇴보하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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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관측 2018.01.18 10:06
    학문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경우까지는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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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6파 2018.01.18 10:18

    ???ㅋㅋㅋ학문의 존재 의의를 부정한다니, 뭐 논문 한 자라도 읽어보고 하는 말인가요 지금?
    학교 교육 과정에 문제가 있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구요 누가..?

    http://blog.naver.com/julcho

    http://blog.naver.com/kkokkottung

    http://blog.naver.com/aidenjee

    한의학의 존재 의의 여기 한의사선생님들 블로그 가셔서 쭉 훑어라도 보세요. 왜 한의학의 존재가 가치있는지 설명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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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관측 2018.01.18 10:20
    때려치고 나간 사람은 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대체 훌륭한 한의학의 진면목을 알아볼 생각 조차도 못하게 만든건 누구의 책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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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6파 2018.01.18 10:22
    학문의 존재의의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그래서 뭐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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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관측 2018.01.18 10:26

    그 좋은 근거를 왜 학생들한테 알려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찾아봐라' '여긴 한의대니까 내경 빵꾸뚫기 문제를 내겠다' 이러는건지 참. 절 한까로 몰고 싶으신 모양인데 링크 걸어주신 블로그 중 2개는 제가 이미 구독하고 있는 블로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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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6파 2018.01.18 10:33
    내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알려주는데요 어디 학교 몇학년이신데요?
  • ?
    주6파 2018.01.18 10:34
    그리고 학생들한테 알려주지 않았다가 문제가 된다면 그건 한의학 교육의 문제지 한의학 학문의 문제라고 하면 잘못
  • ?
    주6파 2018.01.18 10:28
    학교 교육 과정에도 일부 책임이 있고, 본인이 더 공부하지 않고 한의학 원론시간에 헛소리 한 것만이 한의학의 전부인 것인양 착각하고 한의학은 쓰레기야!! 하고 부정해버리는 학생도 일부 책임이 있는거라 나는 생각합니다.

    고딩 때 물리1, 물리2 배우고 나서 뭐야 개쉽네 물리 개꿀ㅎㅎ 이러고 그게 물리의 전부인양 생각해서 물리학과 갔다가 탈탈 털리면 그게 물리학의 잘못입니까? 그 학문의 쥐꼬리만큼 배워놓고 뭘 안다고 학문이 어떻다 판단하나요? 저기 위에 내가 올린 블로그에 글을 찬찬히 읽어보기만 해도 한의학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게 오히려 불가능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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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관측 2018.01.18 10:30

    대학에서 헛소리를 가르친다는 시점에서 이미 문제가 명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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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6파 2018.01.18 10:33
    헛소리가 있다=학문의 존재 의의가 없다?
    경제학에서 알파니 베타니 헛소리 해놓고, 그 이론대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펀드 만들었다가 LTCM 파산하고, 오히려 공학자 출신이 만든 펀드가 승승장구하고, 그러면 경제학도 학문의 존재 의의가 없는거겠죠? 헛소리를 했으니까?
  • ?
    코리메 2018.01.18 10:19
    저의 경우 가정관리학 레포츠과학 뮤지컬학과 기타등등 이런게 학문으로 존재하는거 자체를 부정합니다
    그래서 그런과는 아예 관심도 안가지며 오라고 해도 안가죠
    한의학을 부정하면 안하면 되는겁니다
    어정쩡하게 남아서 부정하고 불평하고 그럼 꼴불견이죠 ㅎㅎ
  • ?
    꿈나라유치원 2018.01.18 11:16
    참 희한하긴 해요
    일본 중국 대만 다 잘만하고 있는데
    존재의의가 부정??
    심지어 한의대 다 없애는 일원화에도 한방이 없어지진 않는데 한방이 의대내에 들어가는건데 한의과 의사가 생겨나고
    한의과 의사는 괜찮은데 한의사는 싫고 한방은 존재가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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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q 2018.01.18 10:44
    그렇게 자신의 길에 대해.전공에 대해 회의감이 들면 당장 그만두고 새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현실적으로 힘들고 한의학은 맘이 안들지만 한의사들이 가지는 ,누리는 특권이 박차고 나가서 찾는 새로운 진로보다 월등하니 박차고 나가지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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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6파 2018.01.18 10:48
    뭐 학교 수업 좀 들어서 그걸로 한의학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게 타당하다면, 나도 경제학 조금 배운 사람이니 경제학을 폐기하고 공학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겠습니다. 괜찮죠 천문관측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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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나나라라 2018.01.18 11:31
    익게가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한의학과 학문에 대해 제가 아는정도는 읊을텐데... 사실 이렇게 생각하시는게 어떻게 보면 당연힌겁니다. 그래도 다른 과에서도 이런 고민 한번쯤은 한답니다. 자연과학 하는 사람들 말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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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나나라라 2018.01.18 12:03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너무 신상이 특정되고 부끄럽네요.

    한가지만 말씀드리면 저는 한의대에서 동양철학을 배우는게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학문의 기초는 철학입니다. 그리고 현대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서양철학의 생기초는 섭렵한채 대학에 입학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필두로한 현대철학까지는 무리지만 존재론, 인식론, 실존주의, 변증론 등등 정말 알게 모르게 서양철학들이 체화됩니다. 비록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비문학 지문을 읽어도 위화감이 없게끔은 체화됩니다. 왜냐구요? 모든 현대 학문의 기초는 20세기초까지의 서양철학이니까요.

    하지만 한의대는 동양철학을 배울수밖에 없습니다. 한의학은 동양철학에 기반하여 생겨난 학문이고, 한의학 원론이나 원전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를 급하게라도 닦아야하고 그렇게 급하게 쌓은 기초 위에 한의학이라는 응용과학을 끼얹으려 하다보니 큰 부작용들이 생기는거 같네요.

    그리고 저는 아직 예레기도 안됐지만 여러 한의대생분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아온 결과, 그런 괴리가 학생들을 많이 괴롭히는듯 싶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기초부터 갈아버리면 한의학은 한의학으로서 존재가 불가능하거든요. 결국 그 경전같은 원전들을 외우고 익히며 체득하는 수 밖에 없다는 그런 결론밖에 저도 아직은 내놓을수가 없는게 너무 한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아온 한의학은 그런 한계들을 일찍이 깨닫고 여러 학문적 도전에 잘 적응하고 있는 편임을 알려드린다면 좀 위로가 될까요.

    여러분이 과학적이라고 찰떡같이 믿는 공학 중에서 어떠한 분야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공학은 정말 수학적, 관련 자연과학적 논리에 기반하여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일거라 생각합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제가 아주 찔끔 아는 분야에 관해서는요. 몇천년전 나온 공식을 그대로 쓰고, 공식 안에 상수를 갖다 쓰는게 정말 수학적으로 도출된게 아니라 해보니까 되더라 식의 귀납적 논리체계로 도출된 것이며, 재료의 배합비 역시 그렇고 등등. 그냥 그렇게 몇백년을 써와도 됐으니 지금도 그대로 쓰는 그런 식의 학문이었습니다.

    이 분야라고해서 학문적 도전이 없었을까요?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해서 돈도 잘 벌고 결과물도 좋은데 급변시킬 필요가 있느냐가 역사적인 다수의 의견이었고, 학문은 정체~매우 온건한 변화만 생긴채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짜 뭣도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한의학은 달라요. 한의학이 죽은 학문이라 생각하시지만 저는 살아 움직이는 학문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렇게 학문적 도전이 많은시대, 한의대생조차 회의를 품는 시대에서 한의학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틀릴수도 있겠지만요.

    학문에 회의를 품고, 이 학문이 죽은거 같고, 매력도 없다 라고 생각하시는건 전 잘못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학계와 학교에서 바꾸어 나가야할 숙제 같은거죠. 요즘은 숙제가 참 많아 걱정이긴 하지만요. 부디 모든 한의대생과 한의사 선생님들, 학계와 학교가 힘을 합하여 이 도전의 시대를 잘 풀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profile
    强仁[QiangRen] 2018.01.18 12:10

    결국 다다른 지점은 '지극히 조선적이다' 이런 불순한 사상입니다. 

    '지극히 한국(조선이란 말은 저에게는 좀 그렇구요..)스럽다.'는 말, 비단 한의학만의 문제일까요? 100년 전에 흥선대원군과 대신들은 항문이 막힌 손자에게 양의의 의술로 절개하면 된다는 의사(당시 한의사)의 말에 오랑캐의 의술이라며 결사반대하고 결국 그 손자는 배변이 불가해 사망했죠.

    추신) 글 자체를 주욱 읽으니 생각이 정말 깊으신분이군요. 이런말 드리기 뭐하지만, 한국에서 님같은분들 살기 정말 힘드실겁니다. 주체의식이 강하며, 다방면으로 생각이 깊고, 주류(Mainstream)에 반하는자에게 한국은 지옥입니다.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분들은 주체의식이 전혀없고, 단순하며, 주류에 줄을 잘 서는자지요. 비단 한의학뿐이 아니에요. 잡과취급받는 문사철, 자연과학, 건축 등 학생들 비상경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된다는이유로 온갖 사회적인 멸시와 걱정어린 시선에 접하게 됩니다. 물론 그들이 한의학과와 다른점은 최종적으로는 자기학문을 버리고 다른 진로를 선택한다는거지만요.

  • ?
    JI 2018.01.18 22:29
    제 과학화 성과 정리글보다 조회수가 많네요

    한까들은 정말 많은데 왜 한의학의 과학화 성과글은 그렇게도 안읽는걸까요

    이 바닥 뜨시려고, 마지막 글 쓰시는 거라면 응원합니다. 원하시는 바 이루시길.
  • ?
    살얼음판 2018.01.19 11:52
    흠 가천한이 로망인데 가천대 학풍에 뭔가 문제가 있나요? 지원이 너무 의대 약대 위주로 돌아가서 그런지...그쪽 재학생분들이 쓰신 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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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1 이과원점수 이과 성적 원점수로 올해기준 제일 낮은곳은몇점정도될까요? 580 한의대아자 2018.01.17
11550 제마나인은 한의대 꿈꾸던 사람에게 오아시스 같던 곳인데.. 인터넷 다른 곳은 안가도 제마나인은 믿고 찾아오던 곳이였는데... 오염되서 흙탕물이 되가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습니다. 제마나인 만큼은 계속 오아시스로 유지되길 바랍니다.   5 7 1475 익스트림 2018.01.17
11549 水木土 와 갈관박 두사람이 게시판을 분탕질하네요 갈관박은 그 유명한 북궁유인것 같고 水木土 이 인간은 정체가 뭔지 대충 알것같긴한데 몇일전부터 댓글 달기 시작하더니 수의대 글만 올라오면 미친듯이 댓글 다네요 . 특히 갈관박이란 사람은 기본 예의도 없고 불만 투성이에 인성도 입도 거칠어 분탕질엔 제격입니다.   달랑 두명이 한의학게시판에 들어와 수의대 관련글... 10 2 1055 rejong 2018.01.17
11548 한의대 수의대 현역수험생 입장에서 정리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수능을 치른 이과학생입니다. 한의대수의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수험생들은 이 둘을 어떻게 인지하고있는지 간단하게 설명드리고자 해요.  1. 먼저 한의대에 대한 인식 분명 긍정적이지 않아요. 저는 특정한 장래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주위사람들 말에 따라 의대를 준비했어요. 반면에 한의사를 주위... 25 4 2364 말하는대로 2018.01.17
11547 개판이네 불나방같네 참.  시간 지나면 아무 의미 없는것을.. 인간같지 않은 선배도 보이고. 불쌍한 후배도 보이고. 지금은 비하와 분노로 불타 살아가지만, 그거 다 꺼지면 그때부턴 무엇으로 살겁니까? 신선놀음 개씹선비가 하는 말이라고 들리겠지만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개판이라 싸질러봅니다. 3 9 1187 라면5개한번에먹기 2018.01.17
11546 . . 4 11 1204 Loveyourself 2018.01.17
11545 가천대 한의대는 좀 이상하게 가르치나요? 제가 제마나인 눈팅하면서 본 사람중 북궁x님하고 지금 논쟁중인 갈관x님    그리고 포만한에 투명인간 글 써서 잠깐 논란이 됐던 지피xx님   이 세분 공통점이 다 가천대 한의대시더라구요...   이 세분이 말씀하시는거보면 본인이 다니고있는 한의대에서 이상하게 가르쳐서 회의감 느껴서 그러시는것같은데...   정말 궁금... 20 1 1760 호갓신갓두 2018.01.17
11544 수의대다니다가 한의대가는 사람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올린 글때문에 의도치않게 분란이 생겼네요   수의사, 한의사 각자 경쟁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현실에서는 싸울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란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한의대, 수의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47 2 2761 무의미 2018.01.17
11543 . . 10 1 1166 Loveyourself 2018.01.17
11542 수의대vs한의대?? 한의대 재학생입니다. 한의대 입학 후에 입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올해 제 동생이 원서를 써서 입시에 관심을 가져보니 좀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입결은 신경쓰이는 게 그리고 신경쓰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만은 저는 좀 의문인 것이... 수의대랑 한의대랑 비교하면 적성 제외했을 때 당연히 한의대라고 생각을... 62 2 2409 닉스 2018.01.17
11541 가천한의 18학번 신입생 드루와 안녕하세요 가천대학교 한의예과 학생부회장 양준홍입니다.   먼저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에 합격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입생 카페, 입학 전 활동 등을 공지하기 위하여 18학번 신입생 단톡방을 만들고있습니다.   카톡ID:junhong0601   위의 아이디로 합격증 사진과 신분증 사진(주민번호 뒷자리 가리고... 170 가천한컴온 2018.01.17
11540 대전대학교 혜화인재 (인문) 1차합 자소서 올립니다.     쪽지를 몇 번 받아서 그냥 올립니다.   수능 전 면접이라 준비 하나도 안하고 가서 그런지 예비 3번 받았습니다. 뭐 제 실력일수도 있지만 준비 미흡과 순간 당황해서 대답을 못 한 질문이 몇 개 있어 아쉽긴 합니다.   자소서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건 아니지만 문과라 관련 스펙이 없어서 소재 관련해서 많이 고민했던... 4 file 2 493 총장님발가락 2018.01.17
11539 가천한 합격했습니다 ! 조기발표가 났네요 인문 981 점공 7등 초합했습니다 !   17 file 4 1921 전람회 2018.01.16
11538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18학번 신입생 카페에 초대합니다! 대전대학교 한의예과 18학번 신입생 여러분,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이 6년 동안 사용하실 싸이클럽 카페가 개설되었답니다! 어서 가입하셔서 동기나 선배들도 만나고 다양한 정보도 얻어가세요!     ::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18학번 싸이클럽 http://club.cyworld.com/ClubV1/Home.cy/55496947     :: 가... 1 617 대전한모여요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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