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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에 진학한 나는 이과를 선택했다.부등식을 읽는 법조차 몰라서 1학년 2학기때 수학에서 고전한 경험을 보면조금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1학년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탓인 듯하다.

 

어딘가에서 한양대 공대 까지를 정말로 알아주는 명문공대라는 말을 접했기에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목표로 삼았다뚜렷한 목표가 생기자 공부가 더 즐거워졌다 참고로 고등학교 입학직전에 잡았던 나의 목표는 인하대 공대였다.

 

이과에 오니까 1학년때 보다 모의고사 전국 백분위가 낮게 나와서 더 열심히 했다전보다 수학에 많은 투자를 하였고 과학도 더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성적은 제자리를 맴돌았다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함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6월 모의고사.

정말 어려운 시험이었고 원점수도 410점대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받아본 성적표에는 내가 전국 2퍼센트 안에 든다고 써있었고 내가 이번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입시에 대해 아는 적은 없었으나 2퍼센트 정도면 서울대학교 낮은과 정도는 넣어볼 만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상당히 기뻤다.

 

그 이후 나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컴퓨터공학부군을 목표로 삼았다.

내가 서울대를 목표로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뿌듯했다.

(덧: 2012학년도 입시부터 서울대 전컴은 분할모집을 실시했습니다. 요즘 수험생분들은 생소한 학과명일거 같네요.)

 

그렇지만 목표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원점수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이후의 모의고사에서는 시험난이도에 관계없이 총점 450점을 넘는것을 목표로 하였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핸드폰을 정지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공부를 하였다.

 

남들이 쉬고 있는 점심시간에도 나는 치열하게 공부만 했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시험의 유형분석도 철저히 했다. 큰 의미는 없는 행위지만 2학년 11월 모의고사 3개년치를 다운로드 받아서 열심히 분석했다. 그리고 그 다음 모의고사에서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자만하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은 몇 년째 제자리에 있는데 폭발적인 성적 향상을 거둔 내가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나는 대단한 존재다나는 특별하다라는 썩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채우게 되었다.

 

안에서부터 썩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던가

더 이상의 성적 상승은 없었고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 모의고사는 문제가 이상해서 내 실력을 온전히 평가해주지 못했어내 잘못이 아니야수능에서는 반드시 좋은 점수가 나올게 분명해.”

 

매 시험마다 현실로부터 눈을 돌렸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나올 때면 "이 문제는 평가원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어" "이 문제는 문제의 질이 떨어져"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넘어갔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 했었던 1학년때보다 퇴보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

같아서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그것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신종플루다 뭐다 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뤄진 대수능에서 나

는 매 교시마다 답답함과 마주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인 물리2 답안지를 제출하는 순간 모든 것이 잘못 되었음을 확실히 느꼈다.

 

부모님이 교문앞에서 기다리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빨

리 집으로 돌아가 확인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내 마지막 기대인 서울대 수시 결과..

 

나의 모든 소망을 담아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부모님이셨다. 교문에서 기다리셨다는 것이다.

잘 참았었는데 부모님 목소리를 듣자 거짓말같이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 였을까 내 자신이 한심해서였을까

아니면 앞으로가 걱정이 되어서 였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 뒤 채점을 했다.

전국 2.8퍼센트 수준이라는 분석결과를 봤고 다들 K대 하위과 정도면 가능할 거 같다고 했다집에서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그냥 연고대가서 취업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서울도 못할 성적이던 내가 K대 정도면

엄청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인생 초반부터 타협하기 시작하면 내 인생은 거기까지인

별 볼 일없는 삶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대 공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면 그것을 달성해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재수를 결심했다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장난처럼 말하던 재수를 내가 하게 된다니...아버지께 재수를 결심했다고 통보할때의 아버지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1년을 치열하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하였다.

 

재수를 하려면 무조건 강남대성학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평상시에 지겹게 들었기에 나는 별 생각도 없이 강남대성에 등록했다.

 

그리고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지방에 있는 한의대에서 추가합격 전화를 받았다.

 

별 생각 없이 쓴 것인데 내신이 좋아서 간신히 된 것이다.

부모님은 그냥 재수하지 말자고 한의사가 돼서 편안하게 살라고 나를 설득하려고 하셨다.

 

한의사로서의 삶도 좋을거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고등학교 3학년때의 나태한 자신을 바로잡지 않으면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큰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학원으로 가겠

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부모님은 나를 설득할 수 없음을 실감하셨는지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하지만 후회는 없도록 하여라.”

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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