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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7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친구들은 대학에서 OT를 들을텐데 나는 학원에서 이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우울했다.

 

더군다나 재수라는 것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와 같은 정규과

정이 아니다. 나는 어딘가에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생각은 나

를 심각하게 긴장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 긴장으로 인해 개강 바로

다음날 밤 급체를 한다.

 

몸이 안 좋아서 학원에 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해봤으나 1년을 충실히 보내기로 결심하였으므로 아픈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갔다.

그런 각오로 시작을 하였고 나는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책만 봤다.

그 좋아하는 컴퓨터도 신검 전까지는 전혀 하지 않았고 학원에 친구들이 너무 많으면 공부에 방해가 될거 같아 10명 정도와만 친분을 가졌다.

그정도의 각오였다.

그리고 본 3월 모의고사에서 전국 47등을 하였다.

좋은 시작이었다.

다만 이 결과를 받아본 뒤 나태해진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4월과 5월은 나른한 시기였다.

그 굳은 각오는 희미해졌다.

실패는 너무 예전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학원에 있는 여학생에게 시선이 갔고 무리하게 체중조절을 하였다당연히 공부는 뒷전이었다.

나는 시작이 이정도니까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수업도 건성으로 듣고 자습시간도 어떻게든 빠지려고 노

력했다.

 

그리고 5월 모의고사..

작년 수능보다도 좋지 않는 성적과 마주한다.

작년에 붙은 대학들이 상향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작년에는 2010학년도라고 써져 있는 부분이 2011학년도라고 써져

있는 시험지를 받아보며 약간은 씁쓸하였다

 

얼마 뒤에 성적표가 나왔다.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언수외 111 을 받아보았다.

항상 한 영역에서 실수를 해서 2가 나왔었는데..

뿌듯함을 많이 느꼈지만 우리반에만 언수외 전부 1등급인

사람이 25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진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주위에서 이 정도 성적이면 서울대 공대 정도는 붙을거니까 너무 실망하지는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었다.

반 28등까지 서울대를 가는 이 곳에서만 가능한 격려이리라

 

6월 이후는 거짓말같이 빨리 지나갔다. 주변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그와 대비되는 방향으로 더욱 더 열심히 해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처럼 느껴진것인듯 하다.

 

재수는 1년 장기 레이스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히는 스트레스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다가 지쳐버리면 곤란하지 않은가?

다만 중독될만한 것을 해서는 안되기에 친구들과 만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다만나서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다들 바쁠텐데 불러줄때 마다 나를 만나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이들을 평생 아끼며 살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1달이나 2달에 한 번 노래방을 가서 신나게 소리도 질렀다.

 

학원까지는 왕복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차 안에서 공부 하는 것은 많이 힘들었으므로 이 통학하는 시간에

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이 때 장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였고 나는 공과대학이 맞지 않는

다는 결론을 내렸다.의사나 한의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나 자신도 어느정도는 안정적으로 살기로 생각한 것이다. 어느정도는 의대에 미쳐있는 강남대성의 분위기에 휩쓸린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9월 2일

우리 수험생들은 9월 모의고사를 보는 날인데 하필 태풍이 다가왔다.

어느 정도였냐면 교통이 마비되서 셔틀버스가 학원까지 진입하는

데 실패하여 도중에 일행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지각으로 늦는 아이들도 많았고 그 만큼 늦게 시험이 실시되었다.


이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시험을 시작되었고 나는 이것을 수능

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봤다. 시험이 끝나고 정말 개운함을 느꼈다. 내 노력을 모두 보여주었다는 게 이런거구나. 물론 실수는 있었지만 말이다.

 

10월 26일

실질적으로 마지막 모의고사에 해당되는 시험을 본 날이다.

시험이란 내용에 대한 숙지도 필수지만 그 시간을 지배하는 연습 또한 되어 있어야 한다. 모의고사를 대수능이라고 생각하고 내 시험 지배도를 매우 철저히 점검하였다.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11월 10일

마지막 모의고사를 본 날이다.약간 방심한걸까?

정말 쉬운 시험인데 언수외가 280을 넘지 못했다.

어이가 없는 부분에서 실수를 계속 한 것이다.

충격에 빠져 다음날 학원도 지각했다. 

담임선생님이 이런걸로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11월 12.

학원종강한 날이다.

끝날거 같지 않던 이 장기 레이스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은 기간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기출문제를 풀며 보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11월 17.

대수능 하루 전이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자습을 하고 돌아오는 밤 하늘은 어두웠다.

그 어둠속에서 빛을 찾으며 나는 희망으로 가득 찰 내일을 꿈꾸었다.

잠들기전 나 자신에게 되 물었다.

 

만약 좋지 않은 결과와 조우하여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나는 1년을 충실히 보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후회는 없다.

 

내 대입준비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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