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9627 좋아요 8 댓글 0

드디어 수능 당일.

시험보기 2시간 30분 전에는 깨어있어야 맑은 정신으로 시험을 본다는 말을 지겹게 들었기에 6시에 일어났다평상시에는 아침에 알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알아서 일어나졌다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으므로 뉴스를 보며 잠을 깼다.

 

별로 춥지는 않았는데 살짝 긴장해서 몸이 떨렸다부모님은 너는 잘할 수 있을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별 것 아닌거 같지만 큰 힘이 되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 내 목표인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성대 의대가 목표인 이유는 나는 의사나 한의사가 하고 싶었는데

재수를 하면서 부모님이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시는게 보였기에 전액장학금을 주는 학교에 가야할 것 같아서였다.

 

부모님은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두 분 다 나오셔서 나를 시험장까지 대려다 주셨다.

정말로 이번만큼은 시험을 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사장에 들어가니 3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이런 중요한 시험을 친한 친구와 같이 볼 생각을 하니 긴장감이 누그러졌다.

 

8시 37분이 되자 안내방송이 들려왔다아 이제 시작되는구나.

나는 오늘을 위해 이 1년을 보낸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시험에 응시했다.

 

듣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약간 당황했다. 그 뒤에 배치되어 있

는 쓰기,어법은 주의를 기울여서 풀었다. 고3때 응시한 수능에서 이

유형을 어이없게 틀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문이 쉬워서 방심하다가 마킹 1분전에 손을 떨며 긴박하게 마킹을 했다 여담으로 언어영역을 급박하게 마킹한 것 때문에 약 20일 동안 혹시 밀려쓰지는 않았을지, 잘못 마킹한 것은 없었는지 정말 걱정했었다.

 

그 다음은 수리영역이다.

잘못 인쇄된 것이 없는지 점검하며 문제를 살짝 읽어보았다.

상당한 난이도임이 느껴졌다.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도 사설모의고사 , 특히 월례모의고사 같은

느낌이 많이 났다.

 

그리고 시험 시작.

초반부에 문제를 잘못 읽어 엉뚱한 풀이를 하여 놀랐고 그 덕에 100분 내내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보았다계속 손이 떨렸다.

 

수리영역이 끝나고 점심시간에 친구와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수리영역을 말끔하게 풀지 못해서 너무 느낌이 좋지 않았다.

머리속에선 수리영역 60대가 나올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과에서 수리영역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시험을 망쳤다는 건 나는 1년을 허비했다는 사실과도 같은 것이다.

갑자기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외국어 영역도 쉽지는 않았다.

내가 듣기에 자신이 없어서 꾸준히 연습해 왔는데 한 문제를 잘 듣지 못해서 찝찝함을 남기고 시험에 응시하였다.

 

과학탐구영역은 정말 자신있었다.

모든 문제가 쉽게 풀렸다.

 

시험이 끝나니 이미 대학에 간 친구가 정문에서 기다려주고 있었다.

너무나도 고마웠다그렇지만 시험을 잘본거 같지는 않아서 좋은 표정을 하지는 못했다(여담으로 이 친구는 군전역후 수능공부를 시작하여 진주교대 13학번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이 친구의 13수능이 끝난 날 저녁에 내가 밥을 사주었다. 친한 친구라는게 이런거 아닐까.)

 

그리고 근처의 PC방에 가서 채점을 했다.그런데 가채점 기준으로 언수외 등급이 322 라는 결과가 나왔다시험이 끝난 지 30분도 안지났는데 어떻게 등급을 매길 수 있는건지에 대한 의문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암담했다. 저게 사실이면 나는 1년을 날린것이 되는것인데..

과탐은 아직 서비스기간이 아니어서 채점 할 수 없다기에 그냥 나왔다.

 

이 친구도 현역 때 평소보다 많이 망쳐서 대학은 간 경우인데 나보고 힘내라며 밥을 사줬다.너무나도 고마웠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1년 내내 죽어라고 한 결과가 이정도라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그러나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집에 돌아가보니 문자메세지로 다들 시험 결과를 물어봤다답장하고 싶지 않았다작년보다 망했기 때문이다.

 

체념하는 심정으로 메가스터디에 접속했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 있었다등급 컷이 엄청나게 낮았던 것이다혹시나 하고 내 등급을 다시 보았다생각보다 만족스러웠고 전체적인 백분위를 봐도 서울대 공대는 가능할 것 같았다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을 느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PC방에서 채점한 등급은 2010 수능 기준으

로 매긴 것이었다. 10수능은 11수능에 비해 매우 쉬웠으므로 내 등

급이 터무니 없이 낮게 나왔던 것인듯 하다.

 

나군은 서울대를 꼭 써보고 싶었다작년에 수시와 정시 모두 불합격하였기 때문이다그리고 가군을 어디에 쓸지 고민해봤다내 점수는 성대 의대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기에 장학금 문제는 이제 무시해야 했다장학금을 무시한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그 때 생각난 대학이 있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내가 고1이던 2007년에 논란이 되었던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의 경

락의 해부학적 연구보도를 접한 뒤에 생각해 봤던 곳이다.

  

학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문의를 해봤다.합격을 노려볼만한 점수므로 한번 도전해 보라는 말을 하셨다. 다군은 어디를 넣을까 고민하다 원광대 의대에 넣었다, 학원에서는 인제대 의대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하나쯤은 안전하게 가고 싶었다. 삼수를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 뒤 2달간은 서울대 정시 논술 대비를 위해 대치동에 있는 학원을 다녔다.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다들 시험을 잘 본 편 인가보다.

중간 중간에 수시로 대학을 붙는 친구들 소식이 들려왔다.

친한 학원 친구도 수시를 붙었다.

조금 부러웠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좋은 소식으로 답해주기로 다짐한다.


학원수업내용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내용들 뿐이었다.

우선 수학은 대학수학을 다루었는데 설명을 너무 추상적으로 하시고 수업 진행속도도 빨라서 손에 잡히는 내용이 적었다고등학교때와는 다른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정도만 깨달았다.

 

과학의 경우도 화학2를 선택하지 않아서 접근조차 힘든 내용이 많았다물리2를 선택해서 득보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들 쉬고 있을 때 혼자만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한다는 사실은 역시 싫었다.

그렇지만 불평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내가 좋아서 서울대 논술을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고.

 

2011년 1월 11.

이것으로 모든 입시가 끝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울대학교로 향했다.

등록은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붙고 싶었다.

학교 실적을 위해서라도 주위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

 

마침 그날은 아침에 눈이 내렸다고요한 아침에 눈 내리는 서울대 301동은 적막했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고사장에 들어갈 수 없어 302동에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고사장에 들어갔다주위를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중 절반은 불합격이라는 생각을 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여자는 확실히 적었다.

과연 서울대 전컴다웠다남을 남학우를 위해 이 여학생들이 모두 붙어줘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웃겼다.

 

그 뒤 약 5시간 동안 논술을 봤다작년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그렇지만 그런 것으로 불평할 여력은 없었다.

작년에는 이 시험조차 응시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 뒤의 발표까지의 시간은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했다.

충분히 자고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고..

 

그리고 1월 27

경희대학교에서 합격자 발표를 했다.

공식일자는 2월 1일인데 앞당겨진 것이다.

나는 낮잠을 자는 상태에서 친구들에게 발표소식을 통보받았다.

스마트폰으로 합격자 조회를 했다.

예비 10번정도만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다음 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졌다.

 

그 뒤에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초합격

 

너무 기뻐서 날뛰었다. 밤이었다면 항의가 들어왔을 정도로.....

의외의 결과에 너무 놀라서 혹시 한약학과를 지원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다시 조회해봐도 한의예과(자연)이라고 선명하게 써져있었다. 합격 사실을 전화로 부모님께 통보하자 기뻐해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최저기준이 엄격해져서 많은 학생들이 위축되서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한 탓이었다고 한다.

 

그 뒤에도 서울대학교와 원광대 의대에서 합격 통보를 들었다.

그렇지만 경희대 한의대에 등록을 한다.

 

서울대 전컴을 포기할 때는 조금 찝찝함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그렇게 바라던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 뒤는 나의 진로 그리고 내가 배우게 될 학문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부정적인 견해와 긍정적인 견해 모두 접했고 이 과정 속에서 글 이면속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법을 배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좋아요 조회 수 글쓴이 날짜
35 군 복무 중 한의대에 합격하기까지.. by JB 16 file 17 12122 JBlee 2016.07.11
34 절박하다고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마세요. 3 17 7435 뿌리깊은나무 2016.03.24
33 서른, 삶을 다시 시작하다. (원광대 한의대) 54 file 23 15612 samjogo 2016.01.23
32 15년 만의 수능 나들이(장수생, 문과출신) 36 12 11241 고고씽~ 2015.12.28
31 생기부 정리 방법 - 두 번째 수기. 27 file 4 2309 뿌리깊은나무 2015.12.18
30 - 15 13 10175 동신한의한의 2014.11.16
29 - 10 8 10598 동신한의한의 2014.06.23
28 - 7 9728 동신한의한의 2014.06.23
27 [7]기타 질문사항 이나 생활후기는... 5 5833 월훈 2014.01.26
26 라면을 한번에 다섯 개 먹는 자의 회고록- 1. 중3 겨울방학(하위권~중위권 추천) 16 2 9081 라면5개한번에먹기 2013.12.11
25 휴학 후 다시 도전한 4수생의 합격수기 25 2 14671 푸엘라 2013.12.03
24 [1] 군 제대후 독학성공. 궁금한점 질문주세요. 9 10299 월훈 2013.11.30
23 합격 여부에 상관없이 써 보는 장수생을 위한 수험수기 10 4 12208 라힐렌 2013.11.25
22 [합격 수기] 내신 5등급으로 수시 합격까지 45 file 23 19649 라나 2013.07.23
21 입시를 마치며(5)- 끝을 맺으며.. 7 11 9398 댓군 2013.02.02
» 입시를 마치며(4)-수능, 논술 8 9627 댓군 2013.02.02
19 입시를 마치며(3)-재수(강남대성) 5 10710 댓군 2013.02.02
18 입시를 마치며(2)-고등학교 2,3학년 2 7099 댓군 2013.02.02
17 입시를 마치며(1)-고등학교 1학년 1 6523 댓군 2013.02.02
16 [2012 입시 실패 수기] 나의 바보같은 재수 시절 3 1 14885 잣까치 2012.07.20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