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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시간에 이어서 이번에는 중국의 한의학 근대 발전사를 보도록 합시다.


일본의 경우 19세기 말부터 정리를 해보았지만, 사실 일본 한의학의 위기는 17세기의 네덜란드 의학의 전파에서 비롯한다고 할수가 있겠습니다.  일본에서는 해부학등의 서양의학지식이 기존의 의학계의 인식을 변화시키면서, 점차 한의학의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실증적인 의학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인류역사상 최근 200-300년을 빼면 언제나 최강대국과 최선진문명국이었고, 그러한 자신감 하에서 조선이나 일본과 같은 '쇄국'수준으로 해외 문물을 차단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아 해외의 문물을 널리 받아들인바 있었습니다. 해외 문물이 들어오더라도 우리(중국)의 것보다 나을수 없다. 이런 의식의 발로였을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만감이 중국의학계에는 독으로 작용하게 된것입니다. 사실 중국의 의학이나 과학기술 수준 자체가 주변국에 비해서도 월등한 수준이었기에 그런 반응이 있었다고도 볼수 있겠습니다. 예수회 선교사들이 청의 강희제를 만나러 오고 가고, 서양의 천문학이나 의술을 소개해서 환심을 얻고자 했으나 정작 중국은 수백년전부터 아라비아의 천문학자를 기용해서 서양식으로 역법을 계산하고 있었으며, 그들이 전파하고자 했던 의술 역시도 근대적인 의학이 아니라 서양의 전통의학에 가까운것들이라 중국의 입장에서는 보잘것없는것들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내에서도 중국 내 고유의 문명발전의 노선을 따르는선에서의 한의학의 변화는 이루어진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에서는 서양의학과 과학의 수입과 전통적인 약물학과 시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해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뤄나갔고 그 한 끝에 화강청주같은 외과의사가, 한 끝에는 아예 기존이론체계를 전부 걷어낸 길익동동같은 내과의가 있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들은 그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인물이었고, 막부말로 가게되면 다시 전통적인 색채를 조금은 띠게 되지만 말입니다. 한편, 중국 내에서는 기존의 송,명시대에 발전한 의학을 사변적이라면서 비판하고, 중국 문명권의 맥락안에서는 '실증'적이라고 보였던 상한론의 재해석이나, 상한론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던 '온병'에 대한 연구 등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조선이 사실상 명대의학의 정리본이라 할만한 경악전서 이후로는 외부와의 학술교류가 사라지고, 동의보감 이후로의 지리한 자기복제와 열화과정을 겪었던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할수 있겠지요.

 

그러나, 한의학 자체가 기존의 사변적인 틀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하였기에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새로운 발명품을 통해 동력을 얻은 새로운 서양근대의학앞에서는 중과부적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꼭 의학분야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중국문명권 국가들의 발전이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유럽국가들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업은 눈부신 발전속도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수가 없었습니다. 17세기만 해도 서양문물을 무시하던 중국이 19세기가 되자 과연 이 체제가존속할수 있는가? 하는 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영국과의 아편전쟁을 통해 돌이킬수 없는 패배를 겪은 중국은, 한때는 같은 중국문명권이었으나,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제국열강의 범주에 들게 된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서 자기 문명의 열등함을 인정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과거에 그러했듯, 중원이 수준낮은 오랑캐에 의해 정복당한것이 아니라, 문명 자체가 뒤쳐져 본인들이 오랑캐와 다름없게 되었다는것을 비로소 알게된것입니다.    


당연히 시대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상처입은 중국인들은 구습을 모조리 비판하게 됩니다. 특히 의학의 경우에는 단순한 한가지 학문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등 여러분야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의학은 구시대의 악습의 대표로 낙인찍히고 중국사회의 새로운 개혁 엘리트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중의계는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중서회통같은 개념을 내세우게 되지만, 전통의학의 기반에 근대과학의 결과물만을 포장하는 식이었기에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었습니다. 학문적인 방법에서는 고전경전에 기반해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을 버리지 못하였고, 당장의 위기 앞에서 한의학의 존속을 지키기에도 힘든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이렇다할 발전은 없게 됩니다. 문제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던 과학기술은 20세기에 들어서 더욱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는데 있습니다. 이미 벌어진 차이가 이제는 어떻게 메꿀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것입니다. 물론 당시의 서양의학 역시 생리와 병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설명할수 있게 되었지만, 임상적으로는 변변한 약물이 없었고, 수술이라는 면에서 전통의학과 차별화를 두기는 했지만, 그러한 직접적 임상기술의 수혜를 입은 사람은 그렇게 많았다고는 볼수가 없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면 약물과 수술기법에서도 훨씬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꾸준히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핵심적인 사고가 있었지만, 외형적으로 우리가 '현대의학'이라고 생각하는것들은 거의 195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틀을 잡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본 한방의학의 부흥도 그렇지만, 중국 한의학의 발전은 엉뚱하게도 모택동으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1950년대에 들어서 중국 공산당은 내전에서의 승리를 확실히 하고 본격적인 발전도상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중국내의 의료체계가 심각하게 붕괴되어 있다는것을 발견한 모택동은 이러한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내전당시부터 서양 자본주의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선전전술로서 한의학을 무기로 삼는 정책적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의학은 서양의학에 비해 열등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었기에, 단순히 전통의학을 부활시키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중국의 전통의학을 '과학화'함으로써 이 전통의학의 열세 문제를 극복하자는 방법을 채택하게 됩니다. 이시기에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논쟁이 의학계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며, 진통끝에 우리가 생각하는 '중의학'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한의학의 역사가 수천년이라고들 말하고 있지만, 서양근대의학만큼이나 중의학 역시 진정한 역사는 그렇게 길지가 않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의학의 오랜 임상경험은 일종의 '만들어진 역사'일수 있다는것을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중의학의 발전은 정책적인 지원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강제적으로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을 전통 한의학 연구와 임상을 하도록 하여 이루어지는 면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있었고, 한국에 알려진바와 같이 그 중도의 성과물이 형편없다거나, 실패했다거나 한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의학계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 중국은 올바른 길을 채택하였다고 볼수가 있겠습니다. 너무 이질적인 두 체계였기에, 이를 융합하는데에는 그만한 시행착오가 있을수밖에 없었던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에 의해 한의학이 발전되었고, 오직 한국에서만 전통적 관념을 유지한 한의사들에 의해 한의학이 부활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이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중의학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침구학 시간에 배우는 각종 특이한 침술(두침,비침같은것들..)뿐만 아니라 한의대 교과목 전반과 학문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전통 한의학에는 '한방내과'라던가 '한방이비인후과'같이 분리된 인식체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전통의학을 서양의학의 틀에 맞추어서 재단을 한것입니다. 혹자는 이것을 전통의학의 파괴라고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한약제제를 사용한 표준화된 약물처방이라던가,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을 통한 약물효과의 입증, 표준화된 변증체계와 진단, 치료 판정기준의 발전과 같은 현대화가 진행이 되었다는것은 부정할수 없는 새로운 중의학의 성과라 할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르테미신이나 삼산화비소와 같이 전통 의학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약 역시 개발이 되었고, 이들은 중의학의 과학적 가치를 입증해주는 주요 성과물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과학'을 염두에 둔 중국이었기에, 단지 탕전과 같은 낙후된 제약방식이나 개인경험방과 같은 구구셈법식 교육에서 머무른것이 아니라 서양의학계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차용하여 그 결과 현재는 중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제제들이 FDA 승인을 얻기 위해 다양한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중의학에 대해서 한국 한의대에서 듣는것은 공산주의 유물론에 의해서 심하게 오염되고 파괴되었다. 기계적인 증치논리로 인해 한의학의 고유성이 말살되었다. 중의사들은 실력이 형편없다. 이런 부정적인것들밖에 없습니다만, 한의대 교과과정은 모두 중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음양론의 설명에서 보이는 맑스의 변증법 논리, 오행론 설명에서 보이는 사이버네틱스, 복잡계의 논리, 장상론의 설명에서 보이는 흑상논리, 전부 중의계에서의 '과학적'해석에 의해 힘입은것이지 한국 한의사들이 이런식의 전통문물의 합리화에 기여한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정작 학교에서는 중의학을 배우고, 학교 밖에서는 중의학은 틀린것이며 우리는 전통 한의학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으로 가지도 못하고, 과학적 발전으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것이 바로 한국 한의학이었던것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 글에서 좀더 깊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중의학은 과학화라는 명확한 이정표를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서 현대화와 과학화에 따른 중의학의 변형을 '훼손'이 아니라 '발전'으로 인식을 할수가 있었으며, 이에 음양오행론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스템생물학(사이버네틱스가 시스템생물학의 전신입니다.)과 같이 첨단의과학적인 방법론을 아무 거리낌없이 '중의학'의 연구법으로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배경을 만들수 있었던것입니다. 여러 임상연구를 거치면서 '표준'화된 의학적 기준들은 '조정'되고 '개선'되어 중국 내에서는 어느 의사나 기본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준이 되었으며, 중국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임상연구에서도 채택하고 있는것이 되었습니다. 중국이 TCM을 세계 전통의학의 표준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는데, 그 뒤에는 이러한 학문적인 성취라는 배경이 있다는것을 알아두어야합니다.  


현재 중의학은 전통의 맥락을 형체도 없이 알아볼수 없게 '파괴'된것일까요, 아니면 전통의학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한 형태인것일까요? 한국 한의사들의 주된 견해는 전자였고, 한국 한의학계의 모습은 다들 아시는 그렇고 그런 상황입니다. 어떤 선택지가 옳았을지 생각해봅시다.


다음편에서는 한국의 근현대 한의학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것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시간이 되는 학생분들은 '한의학, 서양의학을 만나다', '일본 한방의학을 말하다.', '황한의학을 조망하다', '캠브리지 중국사 10,11', 민족의학신문 컬럼 '중화인민공화국 초기(1945-1963)의 중국의학 : 혁명의 의학'(다만 걸러 읽으시기를...) 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 '3'
  • profile
    쌍둥아빠 2012.03.11 21:44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국사를 배우긴 했는데 근현대사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 때도 아직 군사정권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근현대사라는 과목이 따로 있어서 나름 저 때보다는 많이 배우더군요.

    지금 이 글은 마치 한의학의 근현대사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의사학이 국사라면 이 글은 근현대사로군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必心醫 2012.03.11 22:33
    중의학 발전 동향이 한국 한의학과 더불어 좋은 결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
  • ?
    삼십칠 2012.03.11 22:46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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