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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회부터는 음양, 오행, 장상론과 같은 한의학의 기초 개념들을 하나씩 짚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음양 오행론은 중국문명권의 고대 자연철학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자연철학과 과학간의 관계는 상당히 미묘한데, 과학으로 정의될수 있는 지적활동의 특징들이 자연철학에서도 상당부분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자연철학이 어느 순간 과학으로 변한것도 아니고, 이 두 활동간의 관계를 무 자르듯이 쉽게 나눌수가 없습니다. 과학사가인 니덤의 경우 중국인의 자연철학적 전통을 과학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러한 자연철학적 개념들을 유사과학(psuedo-science)라고 보는 견해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과학의 핵심을 언제나 끊임없이 벌어지는 반증의 행렬이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현 시점에서의 자연철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할수는 있겠습니다. 곧 그러한 자연철학에 기반한 지적 산물들은 신뢰할수가 없다고도 볼수가 있겠지요.


이 음양론의 기원과 발전사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중국문명권에서 이 음양론 그 자체에 대한 의심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분류나 적용이 문제시 된적은 있지만... 따라서 한의학의 고대 문헌에서 찾아볼수 있는 음양론과 그 영향력 안에 있는 언술들은 현대인이 생각하기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믿어지고 있으며, 또 그러한 사고가 내적 논리로는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것을 관찰할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한의학을 연구하는것은 두가지 접근법을 뚜렷하게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한가지는 내적인 접근법으로서 문헌 자체에서 보이는 논리를 따르되, 그 맥락 안에서 비판을 가하는 것입니다. 음양론의 적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사실이라 가정하고, 그것이 과연 올바르게 되었는지 검토하는 방식이 그 예가 될수 있겠지요. 과거 수많은 의사들이 한의학을 연구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연구의 전제가 되는 핵심적인 가설들(중국의 자연철학체계 그 자체)에 대한 비판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식은 외적인 접근법으로, 문헌의 언술이 과연 과학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 현실적 효용성이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것입니다. 침이나 한약과 같은 치료 기법에 대한 임상연구나, 한의학 이론에 대한 과학적인 비판이 주요한 예가 될수 있을것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이론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고, 후자의 경우 현대과학의 지적산물을 바탕으로 한의학 이론이 어떻게 '틀렸는지'를 보이는 작업입니다. 의외로 이 후자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작업물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전체가 틀렸다'고 하는것은 지적인 태만입니다. 


다시 음양론으로 돌아오면, 그 내용이라는것은 만물은 늘상 상대적이기 때문에 한 대상에 대해 다른 대상은 음과 양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는것입니다. 한가지가 양이면 한가지는 음이 되지만, 그 비교대상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양으로 분류할수 있는것이 음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 분류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축적된 일정한 경향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이 개념을 받아들인 한의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음양론은 서로 짝을 이루는 대립물들이 사실은 서로에 기초하고 있고 이들이 분화되어도 다시 음양으로 분류를 할수가 있으며, 이들의 속성 역시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것도 특징입니다.


한의학에서의 음양론은 현대중의학(TCM)의 성립시기에 새로운 합리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는것은 분량관계상 불가능하고, 서양 근대 비판철학의 영향이 상당히 배여있다는것 정도만 언급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 정도는 불충분하지만 말입니다.이미 하나의 세계관이었던 음양오행설이 붕괴를 하였기 때문에, 음양이론은 새롭게 인체를 대상으로한 국소적인 이론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인체를 전일하면서도 복잡한 대상으로 정의하고, 그 부분들은 제각각 음이나 양의 계열로 정의를 하게 됩니다. 음양으로 나뉜 부분들은 또다른 음과 양으로 분리가 될수가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인 해부적 구조물뿐만 아니라, 그들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기능 역시 음,양으로 구분할수 있습니다. 어떤것이 음의 계열이고 양의 계열인가 하는 개략적 기준이 정해지고, 이를 여러 치료 수단을 사용해서 조절하는것이 치료의 철학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음양을 생명현상을 '기술'하는데 사용한 용어로 본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체 기능 변화의 '배후'에는 음양이라는 어떤 실체가 있다는 뿌리깊은 사상이 없어진것은 아닙니다.


일본 한의학계에 따르면, 한의학에서의 음양론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용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체표는 양, 내장은 음.

등쪽은 양, 배쪽은 음.

상반신은 양, 하반신은 음.

기는 양이고, 혈(수)는 음.

형태가 없는 기능을 양, 형태가 있는 육체를 음.

열은 양. 한은 음.

병태가 나타나는것을 양, 잠복성을 음.

물론 어느정도 한의학을 체득한 상태에서 이러한 분류는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고, 각각의 용례에서 이렇다할 유사성을 찾을수 없음에도 기묘한 연관성이 느껴지고는 합니다. 사실, 음양론처럼 만물을 어떤 대립적 방법을 통해 분류하는것은 선사시대부터 다양한 문명권에서 흔히 발견되는 풍경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그러한 인식체계 자체가 인간의 뿌리깊은 본능이라고 말하는것은 다소 조심스럽기는 하네요. 그리고 반성없이 받아들여지는 본능은 상당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것이 현대학문이 밝혀낸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본능의 무비판적 산물을 신뢰할수 있는지도 생각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와 같은 구조주의자들의 책을 읽어보시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일본 한의학계에서의 한 견해는 이러한 한의학에서의 음양의 다양한 용례는 한의학을 더 복잡하고 알수없는것으로 만드는 원인이므로 가급적 음, 양과 같은 추상적인 용어는 배격하는것이 좋겠다는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신빙성이 불분명한 재료들을 쌓아나가 큰 그림을 그리는것이 과연 올바른 결과물을 도출해낼수 있을까요? 만약, 음양론의 철학이 말하는것처럼 각 신체 구조 요소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정도를 숫자로 표시한 지도를 그릴수가 있다면, 그것에 음양이라고 이름을 붙이는것이 좋을까요? 그 악명높은 '배후'가 정말 실재한다면? 


참고문헌 : 

the basic theory, diagnostic, and therapeutic system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the challenges they bring to statstics. (jingqing hu, baoyan liu) statics in medicine,  


전문의를 위한 한방의학 텍스트, 일본동양의학회학술교육위원회편, 남강당

Comment '4'
  • profile
    쌍둥아빠 2012.04.11 21:18
    역시 변함없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必心醫 2012.04.14 02:07
    음양을 배재한 한의학의 발전도 기대해 봅니다..
    또한 기존의 음양 개념에 대해서도 건질건 최대한 건질 수 있는 연구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리에서도 음전하 , 양전하 라는 상호 대립,보완 현상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듯이

    분명 우리 신체에서도 생리적인 큰 범위를 아우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음양론에 과학적인? 설명 체계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
    철인28호 2012.04.17 17:10
    결국 음양의 용어로 쌓아올린 경험과 이론체계를 대체할 적합한 대안이 존재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제 맘대로 분류지만

    1. 순수하게 임상경험만을 인정하는 입장 --> 음양이고 뭐고 고민할 필요도 없고 그냥 과거에 어떤 증상에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만을 조사해서 철저하게 현대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면 될것입니다. 최근까지 서구에서 이루어져온 대부분의 '한의학의 과학화'연구가 이런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 싶구요.

    2. 순수한 임상경험 + 이를 운용하는 언어와 사고체계까지 인정하는 입장. 하지만 인정과 동시에 그 불완전성과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현대과학으로 다시 이해해보려는 입장 --> 음양을 비롯한 언어들이 담아내려 했던 현상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현대의 언어로 어떻게 해석해내야 하는지 고민해야겠죠. 중의학에서 추구해왔던 과학화가 이런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문제는 현대과학 자체의 역부족이었구요.

    여기서 2의 입장을 견지한다면 원튼 원치 않든 간에 지금으로선 음양을 비롯한 과거의 언어체계를 불가피하게 유지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제 생각엔 대다수의 일본의 한방전문의들이 이런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 ?
    밝은미래 2012.04.17 23:17
    현재로서는 그렇기는 하지요. 천연물 신약이라고 나오는것도 이제는 고방이 아니라 후세방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기존의 단일 성분 약리학이 아니라 복합적인 작용을 통한 약물개발을 추구하는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본의 한의사들은 뭐랄까.. 오히려 한의사 제도가 없는 탓에 중국이나 한국보다 한의학 그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은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1번쪽에 속하는 사람이기는 한데, 2번에도 어느정도 의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http://blog.naver.com/lunarmix/60160505680 글에 일본 의대교수의 사례가 2번의 좋은 사례가 될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물론 (어쩔수 없이) 새로운 현상에 대한 용어를 모티브를 얻어온 한의학의 기존 개념을 빌어 사용할한다는것이 또 그렇게 되면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술은 새부대에... 하지만, 선을 긋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이라는게 학문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니 그것도 참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과도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받아들일수밖에 없는것인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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