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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판의 11번 글에서 '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network)'를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와 정규 네트워크(regular network)의 속성을 모두 닮고 있는, 그래서 가까운 노드들끼리 군집화되는 clustering의 경향과 네트워크 내 어떤 노드들 간에도 짧은 단계만에 연결될 수 있는 효율성을 모두 갖춘 네트워크가 바로 작은 세상 네트워크였습니다.

 

이것으로 우리의 사회적 연결망이 군집화되면서도(같은 직장동료끼리, 가족끼리, 주민끼리) 동시에 몇단계만에 모든 구성원들에 연결될 수 있다는 역설적 속성이 성공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요?

 

작은 세상 네트워크가 발표된지 얼마되지 않아 통계물리학자인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는 실제 현실속의 네트워크들의 모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의 많은 네트워크들은 정규 네트워크(regular network)에 첨가되는 몇몇 무작위 연결에 의해 급속히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절대다수의 노드들이 고작 몇몇 연결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극소수의 노드들이 말도 안되게 많은 연결을 독식하기 때문에 좁아진 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허브(hub)'의 존재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런 발견은 최초 인터넷상의 웹페이지를 노드로, 웹페이지 간의 링크를 (말그대로) 링크로 하여 이루어진 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웹세계의 대부분의 노드들이 고작 몇몇 링크를 갖는데 반해 극소수의 몇몇 웹페이지가 말도 안되게 많은 링크를 독식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후 이런 발견은 사회적 연결망 네트워크, 항공망 네트워크, 세포내 대사 네트워크, 신경망 네트워크 등 다양한 현실세계의 네트워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세상의 많은 네트워크는 결코 평등하지 않았으며 놀라울정도로 비슷한 모양으로, 연결을 독식하는 극소수의 허브와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노드들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복잡계 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세상이 무작위적인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조직화함으로써 규율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바라바시는 이런 네트워크를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고 이름지었습니다. 척도가 없다는 뜻은 네트워크를 대표할 척도가 없다는 뜻으로 네트워크에 속하는 노드들의 평균 연결수를 대표할만한 척도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1.png

 

그림에서 A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를, B는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C와 D는 어떤 연결수를 갖는 노드가 얼마나 많이 분포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우선 D를 보면 무작위 네트워크의 경우 5개 정도의 연결을 갖는 노드들이 가장 많고, 그보다 많거나 적을수록 종모양으로 그 분포가 줄어드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포아송 분포라고 하는데 일단은 많이들 알고 계시는 정규분포곡선과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의 신장 분포라던지, 체중 분포 같은 것들이 이런 곡선을 따르겠죠. 반면에 C를 보시면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경우 대부분의 노드들이 적은 수의 연결을 갖고 있고(그래프의 가장 왼쪽), 말도 안되게 큰 연결수를 갖는 노드들이 소수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그래프 오른쪽). 얼핏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실텐데, 그래프의 스케일이 로그 스케일임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직관적으로 보기 쉽게 다시 그리면 이런 그림이 되겠죠.

 

imagesCARNH9N1.jpg

x축과 y축을 log 스케일로 안그리고 그냥 표현한다면 이런 모양이 될겁니다. (사실 작은 그림에 나타내기 위해 x축을 많이 줄여놨다고 봐야겠죠). 비유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신장이 1m 전후인 가운데 아주 가끔 100m 가 넘는 거인들이 돌아다니는 꼴입니다. 평균을 중심으로 지수함수적으로 그 분포가 감소하는 포아송 분포(혹은 정규분포) 곡선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곡선을 수학적으로 멱함수(power law)를 따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런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특징, 허브의 존재가 생명현상과 의학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 그 부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 '6'
  • profile
    쌍둥아빠 2012.04.17 21:11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얼마전에 경희대에서 시스템 생물학 강의가 있었다는데...혹시 지도교수님이실지도 모르겠네요.
  • ?
    철인28호 2012.04.19 10:22
    재미있는 강의였을 듯 합니다. 저희 교수님은 아닌것 같습니다.^^
  • ?
    지나가던 2012.04.19 23:47
    좋은글 감사합니다ㅎㅎ 다들 저처럼 눈팅만 하는지 글의 가치에 비해 댓글이 너무 적네요..ㅠㅜ
  • ?
    경존노프 2012.04.20 00:09
    진심으로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하찮은 예과생인데도글 너무 흥미있게 잘읽고 있습니다.
  • ?
    킹죠 2012.04.22 00:13
    잘읽고 갑니당 ㅎㅎ
  • ?
    새벽 2012.12.24 19:28
    방학을 맞아 정주행 시작했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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