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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전통적인 한의학은 아니지만, 가장 근래의 발전이라고 할수 있는것이 바로 변증분류일것입니다. 물론 한의학사적으로 초기의 문헌에서도 유사한 증상군의 감별을 위한 여러가지 분류가 존재하고 있지만, 명,청 시기를 지나서야 비로소 그 유형에 대해서 뚜렷한 구분이 생겨나게 됩니다. 동의보감을 펼쳐 읽어보면 알겠지만, 한방병리학 과목에 있는 변증분류는 금원사대가 시기에서는 명확한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중국에서 새롭게 TCM이 정립이 되면서 한의학의 이론도 새롭게 정립이 되는데 이때 중요시 된것이 변증입니다. 한의대생이라면 수많은 증상군들의 묶음과 그에 따른 진단적 지표들, 그에 따른 처방에 대해서 숙지를 하고 있을것입니다. 


이러한 변증에 따라 치료하는것에 대해서 과거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 - 공산 유물주의에 의해 오염된 한의학이라던가, 기계적인 변증논치로는 임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 가 있어왔지만, 기실 변증론치의 뿌리를 따져 들어가보면 장상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논리적으로 확장시키고 정형화시킨것이기에, 이것이 한의학이 아니라 하는것이 오히려 무리라 할수 있겠습니다. 의자는 의야라는 말이 그 의미에 대한 정확한 합의도 없는 채로 임상에서의 대단한 이치로 받아지던 때도 있었던것이 부끄러운 한의계의 과거입니다.


그런데, 이 변증론치는 최근 개별화, 맞춤화되는 의학의 추세속에 새로이 그 차지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의계측에서의 반대 이유와는 달리, 반대측에서는 의미없는 증상들의 나열이라거나, 형이상학에 기반해서 철학이라고 폄하받던 이 체계가 어떻게 생명력을 얻게 되었을까요? 



변증론치의 고전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각각 진단축, 질병축, 시계열축으로 되어 있는 이 도표는 사람마다 각기 각색인 질병의 양상들을 분류해 내고 있는 변증개념을 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현대의학적으로 똑같은 상기도감염이라고 할지라도, 그 증상의 양상, 변천단계가 다르다면 다른 처방을 사용하고, 그 상태를 아예 다른 질병의 수준으로까지 보고 치료하는것이 한의학적 치료성이 현대의학적 접근과 다른점이라는것. 이게 통상적으로 한의학 체계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제 현대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한의학적으로는 동일한 치료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질병은 달라도, '증'으로는 그 양상이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증'은 실체가 있는것일까요?



현재, 충분치는 않지만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서 변증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를 하는 경우에 치료율이 달라진다는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그 기초 이론 자체가 전통 한방이론이므로 그 분류 자체를 신뢰할수 없다는 인식이 있어 쉽게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흔히 한의학은 형이상학 이론에 기반해 있으므로 실체적 근거가 없을거라는 얘기를 합니다만, 진단이나 치료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기초의학적으로도 분명히 입증이 될것입니다. 과거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도 믿어져 왔으나, 최근 현대과학의 괄목할만한 발전에 의해 오히려 도저히 입증할수 없을것만 같았던 한의학적인 개념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는것처럼 각 질환에 대한 -체적인 연구를 통해 정보를 축적하고 한의학적으로 본 개개인의 임상적 증상 발현에 따른 정보(사진 등..)를 수집한 후, 이를 기존의 현대의학적인 지표들과 통합하여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작업이 지금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동병이치, 이병동치와 같은 개념들도 병을 가로지르는 개체의 특이성이라는 면에서 새로이 조명할수 있을것입니다.



이 그림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열변증 구분에 따른 단백질간 상호작용의 차이를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푸를수록 한증, 붉을수록 열증 경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실제 유전체분석에서 열증 환자에서는 한증 환자에 비해 small G protein signaling pathway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높아진것을 확인할수 있었고, 이로 인해 한증 한자에 비해 열증 환자에서는 t cell의 증식이 촉진되어, 결과적으로 한증환자에서와는 구분되는 특유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한 이유가 되는것임을 보였습니다. 이런 연구들이 임상으로 들어오기에는 아직 초보적이지만, 변증 자체가 생물학적 지표들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가 되며, 이러한 접근개념이 정립되고 있다는것은 머지 않아 임상적으로 유전체 분석에 따른 진단이 임상에서 사용될수 있음을 보여준다 할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접근법은 비단 변증에 관한것은 아닙니다. 아니, 변증, 치료 등을 따로 구분하는것이 오히려 이상한것일지도 모릅니다. 본초와 방제연구에서는 각 단미와 방제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 효과를 나타내는지 위에서 사용된 -omics적 기법을 통해 하나하나 기초를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했던것들이지만, 지금은 3d-hplc와 같은 기법을 통해서 표준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와 동일한 탕약을 만들어내는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사용된것과 같은 네트워크 기법을 통해서는 한약의 구성성분들이 다양한 유전자와 단백질, 대사과정 등에 간섭하여 나타내는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효과들도 하나하나 밝혀낼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약은 수많은 phytochemical을 포함하고 있는 복합약물로 기존의 분석 방법과 패러다임으로는 약리효과를 분석할수도, 이들이 약리효과를 가지고 있다는것도 인정되지 않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한약의 과학적인 조성원리와 작용을 밝혀내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일 본초에 대해서 연구하는 경우에도 그 분야가 대단히 방대하므로 herbalomics라는 별개의 분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본초들의 조합을 통한 방제를 통한 복합적 효과를 한의학적, 이화학적인 지표를 통해 입증하려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실례로 계지복령환이나 삼황사심탕 등의 방제가 '어혈'이나 '열증' 등 여러 한의학적인 변증에 따라 분류할수 있는 특정 소인이 높은 환자에서 유의하게 높게 발현되는 다양한 네트워크에 개입하여 치료효과를 나타낼수 있음을 보이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방제omics(fangjiomics)라는 새로운 학술분야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단일 본초의 분석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약물이론과 방제이론을 통한 한약방제의 구성의 과학적 원리를 분석해내는데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축적되어가면서 기초의학적으로 한의학적 개념들의 과학성이 입증되어가고 있으며, 이들이 앞으로 충분히 축적되면, 지금까지 서양의학적 병명과 진단법에 의해서 시행되어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았던 임상시험에서 한의학의 입지를 새롭게 다질수 있게 될것입니다. 지금의 현대의학적 개념들이 좀 낡고 구식인것이고, 한의학적인 개념을 새로이 재 발굴해낸것들이 새롭고 의미있는 과학적 발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상당한 임상연구가 변증에 따라 이루어진바 있는데, 이것은 이제 한의학 분야에서만 통하는것이 아니라 현대의학에도 받아들여지고, 현대의학 그 자체를 변화시키게 될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무작위대조 임상연구들에서 한방치료가 단순한 서양의학적 진단에 의해서도 효과적이라는것이 밝혀졌지만, 이와 같은 기법의 도입은 그 차원을 달리하여 한방치료의 효과를 입증하는것뿐만 아니라, 한의학 이론체계 전반에 대한 가치를 새로이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비록 궁극적인 설명은 음양오행설 등 잘못된 이론으로 되어 있었으나, 임상에서의 한의학적 이론과 실기들은 철저히 과학적인것임을 보여주는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이 무조건 한의사, 한의학에게 도움이 되는것만은 아닙니다. 먼저, 기존의 한의학적으로 성립된 변증체계들이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것은 확실히 해두어야 합니다.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질환에 대한 지식이 깊어짐에 따라 전혀 다른 변증 체계가 도출이 될수 있으며, 이는 기존에 짜여져있는 변증체계의 균형을 깨뜨릴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기존에 그래왔듯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한의사들의 임상은 여전히 낡은것이 되고 새로운 체계는 양의사들의 몫이 될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가 반드시 초재에 기원한 한약 방제로 치료로 이어질거라고만 전제해서는 안됩니다. 실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한열 변증연구에서 의미있게 찾아낸것은 한증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효용이 더 높다는 것이었으니까요. 한약의 효과를 multi-component, multi-target으로 새로이 이해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전을 이해하게 되면 새롭게 조성한 화학적 약품들이 더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게 만들어질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한의사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양방에서는 이미 여러 표적항암제들이 맞춤형 치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므로, 한의계에서 좀더 빠른 대처를 통해 그러한 검사와 치료가 양방 고유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발전된'것들이 한의학이 아니게 되는 지금의 모습에는 기존의 한의학에만 매달리는 한의사들의 구습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한의사들은 이러한 우를 계속 따라가서는 안될것입니다.  


저는 한의대의 낡은 교육을 받았고, 재학도중에는 과거 한의사들의 구습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6년의 짧은 시간동안 현대의과학적인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의 연구동향은 더욱 생소한것들이기에 따라잡기가 어렵군요.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곳이 변방이듯, 새로운 과학은 오히려 낡은 한의학계에 도입되기에 더 알맞으며, 이는 새롭게 한의학을 혁신시킬 좋은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칭화의대 등에서 이미 한의학을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분석하여 접근하는 방법들에 대한 서적들을 내어놓고 있으니, 참조할만 합니다. 임상에만 국한해서 말하면, 진료실 한켠마다 micro-array 등 다양한 분석장비를 두고 질병에 따라 여러 진단과 함께 첨단 기기를 사용하여 변증을 내고, 그에 따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처방을 즉석에서 조성해 투약하는것이 한방진료로 인식되는 날이 , 변병 뿐만 아니라 변증 역시 확고한 질환 분류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최근에는 교육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후배님들은 새로운 학계 변화와 방법론에 대해서 충분히 배우고,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열심히 공부를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다음 회에서는 방제에 대해서 조금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Syndrome differentiation in modern research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The basic theory, diagnostic, and therapeutic system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nd the challenges they bring to statistics (statistics in medicine)

A network-based analysis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cold and hot patterns in rheumatoid arthritis (complement ther med)

Future perspectives of personalized medicine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A systems biology approach(complement ther med)

Omics and its potential impact on R&D and regulation of complex herbal products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Comment '5'
  • profile
    쌍둥아빠 2012.06.22 18:59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발전의 방향은 무궁무진하지만 이를 한의계에서 직접 연구를 하거나 혹은 한의계가 주도적으로 해나야가민 미래가 있을 수 있겠죠.

    이를 위해서 젊은 분들만 연구실로 가서 연구많이 하세요~~이런 것이 아니라

    연구와 실험, 제약을 위한 펀딩이 활발히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구하는게 나랑 뭔 상관이야, 가 아니라 나의 일처럼 도와줄 조력자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동안 시험에다가 외부와의 트러블로 바빠서 오늘에야 글을 읽었네요.
  • ?
    밝은미래 2012.06.22 19:50
    그렇죠.. 기초 한의학과 임상연구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할텐데요. 중국의 무슨무슨 계획 이렇게 해서 중의학 지원하는것을 보면 너무 차이가 나네요. 물론 한의사들도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을 바꿔줄 필요가 있겠지요.
  • profile
    쌍둥아빠 2012.06.22 20:14
    예. 이를 위해서는 한의사들이 어느정도는 RAW데이타를 모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산따오는 교수님이나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만 그 책임을 돌릴것이 아니라 일선 한의사들도 좋은 데이타를 많이 만들어서 그들이 펀딩을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데이타를 많이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제가 제마나인을 운영하는 목표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 ?
    必心醫 2012.06.23 15:27
    좋은글 감사합니다..

    중의학의 발전을 보면 중국어 공부가 필요할 듯 싶은데요..

    중국쪽 괜찮은 논문등은 왠만큼 영어로 나오나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영어랑 중국어를 같이 열심히 하기는 힘들어보여서요..

    중국어 공부가 필요할까요 ?
    아니면 영어 공부에 더 매진하는게 낫을까요?
  • ?
    밝은미래 2012.06.23 17:07
    중국어를 알면 더욱 좋겠지만, 의미있는 연구들은 당연히 영문으로 출간이 되므로 어학보다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통계와 간단한 프로그래밍 등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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